“공적 재정이 투입되는 노인 돌봄 영역에도 디지털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했던 한국의 ‘방문요양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는, 2023년 국내에서 출간된 탐색적 조사 연구(이재정 외, 2023)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이 한국의 방문요양 시장에 어떻게 진입하고 있으며, 돌봄 서비스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였습니다. 이번에 Journal of Asian Public Policy에 실린 본 논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즈먼(Bozeman)의 공공성(publicness) 이론을 분석틀로 활용하여 노인 돌봄 영역에 디지털 플랫폼이 유입될 때 돌봄의 공적 성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긴 대장정이 일단락 맺은 것 같아 뿌듯하고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벤처캐피탈 투자 데이터에 대한 양적 분석과, 플랫폼 경영진·기관 운영자·요양보호사·업계 관계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결합한 혼합연구방법(mixed methods)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거시적인 시장 변화와 미시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첫째, 플랫폼화가 돌봄의 공공성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포착한 것입니다. 플랫폼화가 기존의 돌봄 시장화 추세를 강화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공공성을 변화시키는지 분석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차원적 공공성(Dimensional publicness, 정부의 실질적 관리·감독의 정도)과 규범적 공공성(Normative publicness, 공정성·투명성 같은 공적 가치를 얼마나 중시하는지)이라는 이중적 차원의 공공성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국 사례에서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도출했습니다.
하나는 전통적 책임성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정도를 훼손하는 알고리즘적 불투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함·투명성·지속적인 관계와 같은 공공성의 가치를 시장 논리에 종속시키는 금융화된 성장 방식에 대한 측면입니다. 마지막은 플랫폼이 제도적 틈새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제의 빈틈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발견들이 기존의 노인 돌봄 거버넌스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방문형 노인 돌봄 서비스는 대체로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의존하지만, 실질적 제공은 민간 기관(특히 영세 자영업에 가까운 소규모 기관)에 의존하는 특수성을 갖습니다. 이처럼 공적 제공이 취약한 기반 속에서 플랫폼 기업의 유입은 시장에 자극을 주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비스 질 관리·감독의 책임을 맡지만, 현재의 구조는 전통적 방식의 중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이용자와 요양보호사를 연결하는지, 플랫폼이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히 개입하거나 규제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양상은 기존 돌봄의 시장화 논의에서 주로 다뤄진 문제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요양시설에 금융자본이 유입되면서 인력 감축과 약물 남용 등이 발생했다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와는 또 다른 새로운 변화이자 흐름으로, 돌봄 연구자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가 플랫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 투자기관의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지침이 됩니다. 비록 윤석열 정부는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막을 내렸지만, 2023년 정부가 추진했던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침은 기업들에게 돌봄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유도했고, 플랫폼 기업이 돌봄의 질보다 이윤 창출에 몰두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특히 최저임금 미적용에 대한 시사는 플랫폼 기업에게 값싼 노동력이라는 새로운 욕망을 자극시키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장기요양서비스업자 관계자들도 플랫폼 시장의 확대와 투자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한국의 노인 돌봄 서비스의 민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경우 돌봄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돌봄의 공공성 확대에 대한 다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투자자라는 새로운 이해관계자의 등장입니다.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 기업들은 초기 자본을 투자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얼마의 투자금을 유치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자 합니다. 풍부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할 경우 당장의 임금인상 등 성과를 이룰 수 있지만, 돌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방향에 관여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돌봄의 질을 저해할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국제적인 논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해외 돌봄 플랫폼 연구에서도 투자자본이 유입되면서 돌봄이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돌봄의 방향에 대한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새롭게 생겼습니다.
한국에도 다양한 디지털 돌봄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노인돌봄 뿐만 아니라 아이돌봄, 환자돌봄, 가사돌봄, 심지어는 반려동물 돌봄까지. 서비스 제공 범위나 방식도 다채롭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AI 등 디지털 기술 발전 논의에서도 돌봄은 기술 대체의 영향을 적게 받는 영역으로 여겨져 소홀히 다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미 ‘돌봄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McDonald, 독일의 Orth와 Baum, 스페인의 Rodríguez-Modroño 등의 연구자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 대한 연구가 주로 배달·운송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진 현 상황에서,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밀폐된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돌봄 노동의 플랫폼화에 대한 연구와 정책개발도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국제적 요구의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향후에는 국내외의 돌봄 플랫폼에 대한 기존 연구와 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서비스 대상별·유형별로 어떤 차이를 지니며, 특히 정부 재정이나 정책과의 긴장 속에서 어떻게 각기 다른 흐름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돌봄 노동과 서비스의 질 측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해서 연구해나가고 싶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돌봄의 공적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연구자로서 그 접점을 꾸준히 탐색해 나가겠습니다.
- Lee, J. J., & Lee, S. S. Y. (2026). Platform capitalism and the erosion of public care: digital home-visit elderly care in South Korea. Journal of Asian Public Policy, 1–18. https://doi.org/10.1080/17516234.2026.2645429
=>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7516234.2026.2645429
- 이재정, 신현준, 이승윤. (2023). 노인 돌봄서비스의 시장화와 디지털 플랫폼의 결합 양상 -방문요양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정책, 50(4), 177-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