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경제에 기여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세대가 이루어놓은 발전을 너무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까?”
마이크를 꽉 쥔 채 날아온 그 목소리는 악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모두가 잘된다’는 믿음은 반세기 넘게 이 사회를 지탱한 신화였다. 그런데 정말로, 그랬을까.
한국의 압축성장 이면에는 치밀한 분업이 있었다.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 정규직을 향해 흘렀고, 비용은 하청·파견·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났다. 이중노동시장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였다.
이제 그 구조가 AI라는 새 언어를 입었다. 정부는 AI 분야에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10조원을 투입하며 ‘첫 번째 예산’이라 불렀다. 그러나 GPU 인프라를 거머쥐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 알고리즘 아래 일감을 기다리는 플랫폼 노동자,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들 — 바깥쪽에 선 이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 설계는 아직 논의 단계다.
비용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구조는 반복된다. 다만 더 보이지 않게.
⬇︎ 전체 칼럼 읽기 ⬇︎
[이승윤의 노동과 삶]AI 시대, 성장의 ‘보이지 않는’ 대가는
글.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본 글은 경향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을 소개하는 시리즈로 매달 업데이트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