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캐나다에서 ‘Workers Voices on AI and Labour’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디지털 전환이 화두인 요즘, 노동과 노동운동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있어 이 자리에서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이기 위해 설계되고 있는 지금, 노동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가?”

이날 세미나에는 캐나다 공공부문 세 곳의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현장 사례와 대응 방식을 소개해주었다.

‘편리한 기술’의 이면에는

기술이 노동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자리 감소의 측면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운수 부문에서는 자동열차운행시스템(ATO) 도입으로 인력 감축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입사 9개월 만에 노선이 완전 자동화되면서 저임금 직종으로 재배치된 한 기관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재배치 후 그의 업무는 줄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운전에 카메라 감시, 승강문 조작까지. 카메라가 고장나면 스스로 판단할 권한조차 없이 통제실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한 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더 좁은 권한 안에서 하도록 재편한 것이다.

공공도서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키오스크와 자동 대출반납 시스템 등으로 ‘직원 없는 도서관’이 가능해지는 상황에서 토론토의 한 공공도서관에서는 실제로 이것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은 금방 드러났다. 기술이 편리한 것은 특권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였고, 이민자와 고령층,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직원 없는 도서관’은 오히려 더 높은 장벽이 되어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보건의료 현장은 어떠한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현장에서 AI 기술은 노동자들에게 ‘위협’이라기 보다 ‘구원’이 되고 있었다. AI 기술은 업무 곳곳에 적용되고 있었는데 기록 전사, 병실 배정, 이송 업무 지시까지 알고리즘이 개입하고, GPS를 통한 노동자 추적과 생체인식 감시까지 일상화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감시 인력을 아이패드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환자를 어떻게 막겠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기술이 무엇을 대체할 수 있고, 무엇을 대체할 수 없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현장에서 신기술들은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기기 결함에 대한 책임과 업무 적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내린 의료 판단이 잘못됐을 때 책임의 소재 역시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였다.

디지털 기술의 논리는 긱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하나로 수렴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노동 불안정성의 심화와 업무강도의 강화’다.

노동자들은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기록하고, 추적당하며 업무를 완료하도록 요구받는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자체를 구조화한다. 일자리를 조정하고, 노동자를 추적하고, 감독하고 지시하는 디지털 기술의 작동방식은 이제 더 이상 플랫폼과 긱 노동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하철 기관사에게도, 사서에게도, 간호사에게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

탈숙련화 역시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디지털 기술은 업무를 추적 가능한 더 작은 단위로 쪼개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숙련은 조용히 해체된다. 그렇다면 시스템이 노동자를 대체하는가? 그렇지 않다. 업무 감독, 의사결정, 책임은 여전히 노동자의 몫으로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자신이 설계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시스템에 종속되면서, 동시에 그 시스템의 오작동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테이블로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교통 부문에서는 대규모 해고 시 최소 3개월 전 사전 통보, 기술 변화에 따른 교육과 훈련 제공,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단체교섭으로 쟁취해냈다. 보건의료 노조는 기술 도입 초기 단계, 심지어 제안요청서(RFP) 단계부터 노조가 협의 테이블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직무 변화에 따른 임금 보전과 재교육, 생체데이터 보호 조항역시 교섭의제로 올리고 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은 한 가지 우려를 공유했다. 기술의 진보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동안, 그 속도를 사회적 보호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계와 직결된 노동이 이렇게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우리는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공통된 답은 명확했다. 기술 변화와 도입은 막을 수 없고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노동자에게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리에는, 노동하는 당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기술 도입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권리, 알고리즘 감시에 대한 교섭 의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리도 기술 변화를 협상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본 내용은 2026년 3월 23일 York University Global Labour Research Center에서 진행된 세미나 ‘Workers Voices on AI and Labour’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유다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uda095@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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